크툴루의 부름 7판 팬메이드 시나리오
이미지를 제작해주신 밤나비님(@Noctuidae_TRPG) 감사합니다!
人面獸心 인면수심
被髮左衽, 人面獸心 - 東漢·班固《漢書·匈奴傳贊》
그들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는데,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마음은 짐승같다. - 동한ㆍ반고《한서ㆍ흉노전찬》
written by 곽두칠
시나리오 소개
• 배경 : 현대 한국, 충남의 산속 깊은 곳 어딘가에 위치한 가상의 부락 인수골입니다. 계절적 배경은 가을입니다.
• 적정 플레이 인원 : 2인 이상의 다인(1인 가능)
• 플레이 난이도 : 中
• 키퍼링 난이도 : 中
• 로스트 가능성 : 上
• 플레이 시간 : ORPG / TRPG 4시간 ~ 6시간
• 추천 기본 기능 : 관찰력, 듣기, 자료조사, 근접전
• 그 외 추천 기능 : 오컬트, 역사학, 의료, 대인기능 등 다양한 기능치
• 캐릭터가 사용하는 기능치에 따라 시나리오 진행 도중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조금씩 다릅니다.
• 실제 역사의 일부분을 차용한 부분이 있으며 시나리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내용을 각색한 부분이 다수 등장합니다. 본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역사적 사실이 실제 사건과 충돌한다면 그 부분은 각색되거나 저의 고증이 틀린 부분입니다. 너그럽게 넘겨주세요.
• 전체적으로 동양,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의 신화와 괴담을 모티브로 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크툴루 신화보다는 동양 괴담물에 가까운 분위기입니다. 이 점을 유의해주세요.
• 시나리오의 개변은 자유로우나 개변한 시나리오를 배포하지는 말아주세요.
• 이후 플레이 예정인 탐사자 분들을 배려하여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공개적인 SNS, 블로그 등에서 언급하는 행위를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 룰북없는 키퍼링을 금지합니다. 키퍼링 커미션은 부득이한 경우에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션카드 커미션 역시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본 시나리오 상단에 게재되어있는 이미지를 사용하셔도 됩니다. 단, 그 외에 본 시나리오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경우는 불허합니다.
• 타 사이트에 본 시나리오를 허락없이 재배포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개요>
당신은 지금 충남 지방을 경유하는 고속도로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내비게이션도, GPS도, 핸드폰의 지도앱도 켜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안개까지 짙게 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곤란한 상황.
그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던 내비게이션에서 별안간 안내 목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300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 이후 내용은 시나리오의 스포일러이며 수호자를 위한 정보입니다.
• 소재 주의 : 인신공양, 상해, 살해 및 사망, 잔인한 묘사
• 본 시나리오는 한국의 전통신화와 무속신앙과 관련된 내용이 있으며 제사, 귀신, 무당 등의 오컬트적 요소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탐사자에게 이러한 소재가 괜찮은지 먼저 확인해주세요.
• 기본적으로 시나리오 자체의 분위기는 음산하고 을씨년스러우며, 고립되고 버려진 부락을 상상하며 작성했습니다. 플레이 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해주시면 더욱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시 게임을 진행하는 탐사자와 수호자가 자유롭게 취향껏 즐겨주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해당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공간적 배경은 실제 지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시나리오 내에 러브 크래프트의 단편 중 하나의 오마주가 등장합니다. 이 설정은 알면 좋지만 몰라도 플레이에 지장은 없습니다.
• 시나리오의 진상에서 인신공양과 같은 불쾌하고 반인륜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키퍼는 사전에 이러한 사항들을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탐사자들에게 반드시 공지하고 탐사자가 느끼는 불쾌감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만약 탐사자가 힘들어하거나 시나리오를 도중에 중단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본 시나리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탐사자가 로스트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탁의 성향과 분위기에 따라 적당히 개변하여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ex : 무당과의 전투에서 턴 횟수를 3턴에서 5턴으로 늘린다) 그 외에도 시나리오를 자체적으로 자유롭게 개변하여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나 개변된 시나리오를 임의로 재배포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 시나리오 자체에 전투 등의 룰을 숙지하지 않으면 키퍼링이 힘들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탐사자들이 헤매지 않도록 키퍼 분이 적극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장소를 안내해주세요.
• 세션을 진행하면서 시나리오 내용을 유동적으로 개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상황에 따라 엔딩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탐사자들 중 한두 명정도가 외국인인 건 괜찮지만 모든 탐사자가 한국국적이 아닐 시 진행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색 플레이를 즐기고 싶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혹여나 진행이 막히거나 어려워질 수 있으니 이 점을 주의해주세요.
• 시나리오의 약칭은 굳이 부르자면 '인심'입니다. 원하시는 대로 불러주세요.
• 탐사자들은 같이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날 정도의 사이면 좋습니다. 만약 탐사자들끼리 서로 초면이라면 인터넷을 통하여 처음 만나는 사이라는 설정을 부여해도 무방합니다.
• 시나리오에 대한 질문이나 문의는 (@I_can_do_iTRPG)로 전달 받고 있습니다.
지문 / 키퍼 정보 / [핸드아웃]
[1] 진상
사건의 배경이 되는 부락인 충청남도 먹산시 인수골에는 예전부터 한 전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먹산시 인수골은 인스머스 마을의 이름을 변형한 가상의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몇 해에 한 번씩 마을의 수호를 담당하는 성황신께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며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별신굿을 올립니다. 별신굿을 준비하며 마을 사람들 간의 사이를 돈독히 하고 올해 잡을 고기의 풍어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종 10년, 전국에 역병이 돌기 시작하자 인수골 사람들은 마을에 역병이 도는 것을 막기 위해 손대서는 안 될 금기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고 맙니다.
당시 제사를 주관하던 마을의 무당은 역신을 막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은밀한 경로를 통해 한 신화 서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서적은 고대신(다곤)에 대한 선조들의 기록이 적혀있었고 다곤을 용왕신으로 착각하여 서적을 연구한 무당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직접 용왕신을 모시려다가 그만 역신에 버금가는 또다른 재앙을 불러내고 말았습니다. 마을을 위해서 다곤을 소환한 무당은 그대로 광기에 빠져 자아를 잃고 말았으며 그는 이제 인간 무당이 아닌 그의 껍데기만 남은 존재일 뿐입니다. 다곤은 인간 제물을 탐냈으며 제물을 얻기 위해 무당의 껍데기를 조종하여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고 홀립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소환된 다곤을 서해의 용왕신이자 인수골을 지켜주는 성황신이라 믿으며 몇 해에 한 번씩 외부인이 들어올 때마다 그를 잡아다 별신굿의 인간 제물로 바쳤습니다. 이러한 악습이 관행되는 동안 조선에서는 "동래군을 가기 위해 지나는 산길을 밤에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없다더라."라는 말이 백성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퍼졌습니다. 당연히 이런 말들은 우연히 인수골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희생자들을 찾지 못해 생겨난 은밀한 소문입니다. 성종 때에는 이러한 소문의 근원을 조사하고 유언비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암행어사를 파견하기도 합니다. 당시 파견된 암행어사는 김환중으로 그 역시 인수골을 발견했다가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그동안 마을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해갔고 더욱 고립되어 갔습니다. 별신굿이 변질되기 전까지는 그래도 산을 지나는 나그네와 같은 외부인들이 종종 마을에 들러 하룻밤을 묵고 가고는 했지만 마을에서 인간 제물을 바치게 된 이후로 근방에서 실종자들이 많아지자 마을로의 발길도 뚝 끊긴 것입니다. 외부인이 더이상 들어오지 않게 되자 급기야 마을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시작해서 마을의 주민들까지 제물로 바치게 됩니다. 이제 이곳에 남아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마을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은 제물로 바쳐져 영혼을 빨아먹히고 사념만이 남은 영혼의 조각이거나, 저승을 가지 못해 영원히 인수골에 갇힌 채 구천을 떠돌며 어쩌다 마을에 들어오는 외부인들의 영혼을 집어삼키고 그 몸을 차지하려는 망령에 불과합니다.
이제 인수골은 하나의 거대한 자아를 가지고 주변을 지나는 인간을 홀려 마을까지 들어오게 한 뒤 그들의 영혼을 삼키려는 탐욕적인 별개의 개체가 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탐사자들은 우연히 인수골의 근방을 지나다 그 마력에 홀리고 말았습니다. 한 번 인수골의 마수에 걸려들면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영영 마을을 헤매게 되거나, 마을 안에서 외부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굶주린 망령들에 의해서 영혼을 먹히고 그들과 똑같은 껍데기만 남은 존재가 되는 수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아니면 탐사자들이 인수골의 모든 진상을 파헤쳐 진실을 알아내고 성황신 행세를 하는 다곤의 눈을 잠시 속인 뒤, 그 사이에 마을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인수골의 사람들은 모두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마을에 갇혀 영원히 구천을 떠돕니다. 본래 이 마을 사람이 아니었던 외부인 희생자들은 무당의 사악한 주술로 인해 살아생전의 기억을 가지고는 있으나 자신이 이 마을에 있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탐사자에게는 오히려 그 점이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희생자들의 망령은 모두 이성을 빼앗긴 영혼 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사실에 의구심을 품은 탐사자가 진실을 캐물어도 이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탐사자에게는 영원한 시간 속에서 고통받는 희생자들을 구원할 방도가 없으며 자신들도 똑같은 꼴이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제 한몸을 보전하여 마을에서 탈출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입니다.
[2] 도입 (추천 브금 - Kevin MacLeod ~ sneaky snitch)
탐사자들은 충남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입니다. 한가위를 맞아 추석을 새기 위해 내려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모종의 다른 이유로 충남 지방을 경유하거나 지나칩니다. 같은 오컬트 클럽의 회원들이 충남 지역에 존재한다는 고립된 부락의 괴담을 듣고 진위 여부를 파헤치기 위해 모였다는 설정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는 내비게이션이 이상 현상을 보일 때, <지능> 판정을 통하여 혹시 이곳이 괴담 속 마을이 위치한 곳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떠올리게 해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탐사자들 간에서 잘 조율해주세요. 어쨌든 이러한 이유에 의해서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지나고 있다 보면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어 어느덧 노을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자동차 라디오에서는 오늘의 날씨를 알려주는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마침 오늘의 날씨는 썩 좋지 않을 예정인 모양입니다. 마침 탐사자들이 지나가는 곳의 하늘도 우중충한 게 영 불안하군요.
아뿔싸, 아니나 다를까 하늘에서 우박이 쏟아지네요. 쏟아지는 기세가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그때, 내비에서 안내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 이상하네요. 고장난 걸까요? 내비게이션의 안내 목소리에 잡음이 끼어 있습니다. <듣기> 판정.
*인수골의 근처에 진입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이상현상입니다. 이후 안개가 짙어지고 인수골로 이어지는 터널이 가까워지면 내비게이션과 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전자기기는 먹통이 됩니다. 혹시 내비게이션을 손으로 때려서 고치려는 탐사자가 있다면, 아직까지는 아슬아슬하게 기기가 작동하는 시점이므로 따로 듣기 판정을 하지 않아도 '기계를 때리자 다행히도 고쳐진 건지 소리가 제대로 들린다'라고 해주셔도 됩니다. 이때 재미를 위해서 <근력> 판정을 해도 상관 없습니다. <기계수리> 판정을 하려고 한다면 기계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듣기 판정에 성공하면 잡음이 끼었지만 그래도 방송에서 무슨 내용이 나오는지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탐사자가 귀를 기울여 잘 들어보니 얼핏 내용을 분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자, "이 구간은 안개다발 지역입니다." 라는 안내 목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잡음이 낀 목소리가 그치고 현재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내비게이션의 화면을 보면, 영 불안한 게 금방이라도 픽 하고 전원이 나가버릴 것만 같습니다. 만약 탐사자들이 핸드폰을 켜서 GPS나 길 안내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핸드폰의 화면이 별안간 까맣게 변하며 전원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기묘한 현상에 탐사자들이 당황하고 있다보면, 내비게이션에서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덤덤한 어조로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300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방향으로 탐사자가 운전을 하면 안개가 뿌옇게 끼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 저 멀리서 희미하게나마 터널의 입구가 보입니다. 그곳이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장소로 인수골로 향하는 입구입니다.
*탐사자들이 지나게 될 터널은 천수붕이라는 이름으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불리고 있습니다. 후에 탐사자들이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면 터널 입구를 지날 때, 다 스러져가는 天雖崩(천수붕)이라고 적힌 팻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만 이 낡은 팻말은 현재 시점으로는 발견할 길이 없습니다. 천수붕은 하늘이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안개는 평범한 안개가 아닙니다. 인수골이 내뿜는 마력의 안개에 홀린 순간부터 탐사자들은 주변 지리에 무지해집니다. 만약 탐사자 중 <항법> 기능치를 성공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에 대해 위화감을 느낍니다. 강렬한 위화감에 항법 기능을 성공한 탐사자는 <건강> 판정. 성공하면 탐사자는 곧 위화감을 떨쳐내지만 실패한다면 탐사자는 순간 강렬한 두통에 휩싸입니다. 어느 쪽이든 위화감이 금방 사라지는 것은 같습니다. 탐사자는 현재 인수골의 안개에 홀려 제대로 된 판단이 힘든 상태입니다. 탐사자 본인은 자신의 이런 상태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이 시점에서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무시하고 터널을 지나쳐 다른 길로 가기로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탐사자들은 안개 너머에서 아까 보았던 터널의 입구를 다시 한 번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 터널의 입구를요. 몇번이고 같은 장소를 맴도는 기현상과 마주할 경우, <이성> 판정을 실시합니다. (0/1) 안개는 탐사자들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고, 기계들을 고장낼 것이며, 아가리를 벌리고 탐사자가 제발로 걸어 들어오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탐사자들은 인수골의 안개에 휩싸인 순간부터 거미줄에 걸린 나비 신세가 된 것입니다.
[3] 천수붕 터널 (추천 브금 - Cylinder Five (By Chris Zabriskie) - Free Music)
터널에 진입하면 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깊은 터널이 눈에 들어옵니다. 터널은 무척 길어서 그 끝이 한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바닥에는 군데군데 물이 고여있고 안은 분명 불이 켜져 있는데도 어두운 곳에 들어온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렇게 터널을 달린지 10분 쯤 지났을 무렵, 갑자기 차 뒤쪽을 누군가 세게 탕탕탕탕!! 하고 두드리는 큰 소리가 납니다. 방금 누군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놀란 탐사자들은 갓길에 차를 세워 무언가 부딪쳤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차에서 내리거나 차 안에서 차 뒤를 확인하려고 한다면, <관찰> 판정.
<관찰> 보통 성공 시, 탐사자는 차 뒤쪽 창문에 검붉은 여러 개의 손자국이 나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검붉고 찐득찐득한 무언가는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손바닥이 차 창문을 두드리고 마구 문지르기라도 한듯 얼룩이 질질 끌린 자국이 있습니다. 기묘한 광경에 탐사자 <이성> 판정 (0/1)
<관찰> 어려움 이상 성공 시, 탐사자는 위와 똑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이것이 차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난 자국임을 알아챕니다. 기묘한 현상에 탐사자 <이성> 판정 (0/1d3)
*손자국의 주인은 천수붕 터널 안을 헤매는, 인수골의 별신굿 인신공양에 바쳐진 희생자들의 망령입니다. 망령들은 터널 안에 진입한 외부인들을 발견하고 자신을 이곳에서 꺼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혹은 탐사자들의 영혼을 집어 삼키기 위해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성이 전부 사라져 영혼의 조각 일부와 사념만이 남은 상태로는 손자국을 남겨 탐사자들을 겁주는 것이 고작이었던 모양이군요. 망령들은 탐사자 일행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탐사자들이 별신굿의 인신 제물로 바쳐지기 전까지는 별다른 해를 끼치지 못 합니다. 그러나 탐사자들이 모든 진상을 알아내고 마을에서 도망치려고 한다면 그들은 집요하게 탐사자들을 쫓아올 것입니다.
자국을 확인하고 나서 탐사자들이 도로 출발하기 전, 저 멀리 우리더러 어서 오라고 재촉하는 듯이 터널 바깥의 빛이 보입니다. 만약 이 시점에서 가던 차를 돌린 뒤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터널을 빠져나가려는 탐사자가 있다면 <행운> 판정을 합니다. 성공 시 무사히 방향을 돌려 터널을 빠져 나갑니다만, 천수붕 터널에 진입한 순간부터 인수골 안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탐사자들은 이미 안개의 마력에 홀려 방향 감각을 잃었기 때문에 터널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수골로 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행운 판정이 실패하면 차가 갑자기 멈춰 섭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차까지 멈춰버렸으니 꼼짝없이 내려서 걸어가야 할 판입니다. 차에서 내리면 알 수 없는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흐릅니다.
[4] 마을 어귀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어두운 터널도 어느덧 끝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터널 밖으로 나오자 비포장 도로인지 차체가 자갈때문에 덜커덩 댑니다. 인근에 마을이 있는 건지 길가에 장승이 세워져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장승은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 총 두 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장승은 본래 마을 안에 전염병이나 잡귀신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인수골의 장승들은 무당의 주술로 인해 그 근본이 왜곡되고 변질되어 있습니다. 장승들은 인수골에 들어온 희생자들이 마을 바깥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장승들의 눈을 속일 필요가 있습니다.
장승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문득 장승의 얼굴이 우리가 알던 것들보다 유독 기이하고 섬뜩하게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툭 튀어나온 눈알하며 기괴하게 일그러진 이목구비. 어쩐지 사람과 어류를 합쳐놓은 것만 같은 기묘한 생김새입니다. 착각일까요? 방금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이성> 판정 (0/1d3)
*장승들은 다곤의 모습을 본따 만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본뜬 모양이기 때문에 실물을 만난 것보다는 이성의 타격이 덜합니다.
<인류학>, <고고학> 따위의 기능을 판정하려는 탐사자가 있다면 이 장승은 일반적인 알려진 장승의 형식과 상당히 어긋난,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으로 제작된 장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작년도는 백 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예술/공예> 판정에 성공하면 백 년도 더 넘는 세월 동안 관리되어온 아주 오래된 장승이지만, 중간에 개조된 것 같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기존의 장승을 다곤의 모습으로 새로 조각하며 주술을 건 흔적입니다.
그렇게 덜컹대는 차를 이끌고 안개를 헤쳐 나가다 보면 마을 어귀가 보입니다. 안개가 껴서 그런지 어딘가 을씨년스럽고 섬칫한 느낌이 듭니다. 도로는 이제 너무 덜컹거려서 차를 세우고 도보로 걷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차에서 내려서 <관찰> 판정 시, 마을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돌에는 인수골(仁獸洞)이라는 글씨가 유려하게 적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마을의 이름인 것 같습니다.
*어질 인에 짐승 수, 마을 골 자입니다. 어진 짐승이 사는 마을이라는 뜻이지만 속뜻은 제아무리 어질고 현명한 체해도 결국은 짐승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행세를 하는 인수골 주민들을 상징합니다.
인수골을 둘러보면 웬 사극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초가집들이 가득합니다. 현대 문명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예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마을 사람들로 추정되는 사람 몇몇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학 과잠과 같은 캐주얼한 복장을 갖춘 젊은 사람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조선 시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삼베옷을 입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작은 마을인 것치고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탐사자가 마을 주민을 붙잡고 말을 걸 수도 있습니다. 이때 삼베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그 사람들은 탐사자를 퉁명스러운 태도로 대합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외지인에 대해서 배타적인 모양입니다. 삼베옷을 입은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대인기능>, <말재주>, <설득> 판정이 필요합니다. 반면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인 복장을 갖춘 젊은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그들은 비교적 사교적인 태도로 탐사자들의 질문에 답합니다. 주민들이 질문에 답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Q. 이곳은 어디인가? A. 여긴 충청남도 먹산시 인수골이다. (현대의 외부인) / 충청도 먹산시 인수골이라고 하는 작은 고을이다. 엄청 오지라서 마을 사람들이랑 나그네들을 빼고는 외부인을 본 적이 없는데 당신네들이 올해 처음으로 온 외지 사람들이다. 이곳에는 종종 산을 넘는 나그네들이 와서 주막에 머물다 가고는 한다. (과거의 주민들)
*거짓말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닙니다. 이들은 이성이 없는, 기억만이 남은 사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말을 맞추어 대답할 뿐입니다. 과거의 주민들은 마을 회관을 주막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부인들과 기존 주민들 간의 왜곡된 진술이 드러나도록 해주시면 좋습니다.
Q. 여긴 뭘하는 곳인지? A. 그냥 고기잡이로 연명하는 평범한 어촌이다. 몇 해에 한 번씩 물고기가 많이 잡히기를 기원하는 별신굿을 하는데 그걸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어쩌다 가끔 온다. 우리도 관광하러 왔다. (현대의 외부인) / 고기잡이를 하며 지내는 어촌이다. 오늘은 별신굿 준비 기간이라 마을이 바쁜데 나그네들이 와도 아마 신경써주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주민들)
*삼베옷을 입은 사람들은 조선시대의 인수골 사람들이며 캐주얼한 복장의 사람들은 비교적 최근에 희생된 외부인들입니다.
Q. 별신굿은 무엇인가? A. 그냥 마을 전통 축제 같은 거다. 마을의 수호신이신 서해 용왕신께 올리는 제이다. 마침 지금이 딱 별신굿을 지낼 시기인데 잘 오셨다. 관광하러 오신 거면 이때 좋은 구경을 많이 하실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외부인) / 풍어제나 성황제라고도 하는데 성황신께 올해 잡을 고기의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 때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 깊은 행사다. (과거의 주민들)
Q. 이곳에 묵을 만한 곳은 있는가? A. 마을 회관을 관광객들의 숙소로 내어주고 있다더라. (현대의 외부인) / 주막이 하나 있다. (과거의 주민들)
* 과거의 인수골 주민들은 주막이라고 말하며 마을 회관 쪽을 가리킵니다. 탐사자들은 <지능> 판정 등을 통해 마을 회관과 주막이라는 단어 사이에 유사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위화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을 회관에도 가보면 알겠지만 정작 묵고 있는 관광객은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Q. 용왕신은 무엇인가? A. 외부인들은 대답을 흐리며 잘 대답하지 못합니다. 모르기 때문입니다. / 우리 마을을 지켜주는 성황신이다. 이곳은 어촌이라 서해 용왕신을 모시고 있다. (과거의 주민들)
Q. 전화를 빌릴 수 있을까? A. 여기 너무 산골이라 기지국도 없고 전파가 잘 안 터진다. 마을 회관에 유선 전화가 하나 있긴 한데 이장님이 지금 별신굿 준비로 바쁘셔서 나중에 시간이 나면 가서 빌려봐라. (현대의 외부인) / 전화가 무엇인가? (과거의 주민들)
*역시 진실이 아닙니다. 인수골에서는 모든 기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Q. 나가는 길은 어디인가? A. 외부인들은 이러한 질문을 들으면 갑작스럽게 멍해진 얼굴로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그들은 모두 마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었습니다. / 우리는 여기 토박이라 마을 밖으로 나간 적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라. (과거의 주민들)
*다른 사람에게 물어도 대답은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인 NPC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평범한 방식으로는 인수골을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는 암시를 주세요. 나중에 마을의 을씨년한 비밀을 깨달은 탐사자가 조사를 시도하지도 않고 무작정 탈출을 감행했다가 무방비하게 로스트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Q. 별신굿을 올리기 위해서 무얼 준비하는가?(혹은 무얼 바치는가?) A.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음식들을 올린다. 굿을 할 때는 무당님이 직접 마련하신 제물을 바치며 전체적인 행사도 그 분이 주관하신다.
Q. 그 제물이란 건 무엇인가? A. 잘 모르겠다. 어르신들께 여쭤봐라. (현대의 외부인) / 용왕신께 바치는 산짐승의 고기다. 바다의 존재들은 육지의 것을 아주 좋아한다. (과거의 주민들)
*산의 짐승일 수도 있고 살아있는 짐승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래적 의미는 산을 넘어 온 살아있는 탐사자들을 의미합니다.
Q. 무당은 누구인가?(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A. 무당님은 별신굿 준비때문에 바쁘시다. (이후로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만약 탐사자가 집요하게 묻는다면 이상하게 갑자기 화를 냅니다.)
삼베옷을 입은 과거의 주민의 이름은 곽두칠이고, 대학 과잠을 입은 외부인의 이름은 임수환이며 이 부분은 키퍼 분이 편하신 대로 개변하셔도 무방합니다. 둘 다 통성명이 가능합니다. 통성명을 해두면 [8] 새벽 때 진행이 좀 더 수월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마을 주민들에게 <심리학> 판정을 하려는 탐사자가 있다면 대답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줄 수 있겠습니다.
<심리학> 어려움 성공 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딘가 말의 어귀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마치 말을 한 본인조차 앞뒤가 안 맞는 자신의 말을 진실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요. 주민들의 말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캐물으려 들면 주민들은 크게 화를 내며 이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5] 마을 내부 (추천 브금 - Kevin MacLeod - Relent)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와보면 마을 한가운데에 늙고 거대한 고목나무가 우뚝 서있는 것이 보입니다. 초가집들은 그 나무를 중심으로 세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을 곳곳에서는 제를 위한 음식들을 준비 중인지 맛있는 냄새가 풍겨옵니다. 다른 집들은 전부 초가집들인데, 유일하게 현대식인 건물 하나와 기와집인 건물 하나가 눈에 띕니다.
고목나무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고목나무입니다. 몸통에는 금줄이 둘러져 있고 가지에는 색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모양인지 세월의 향기가 물씬 납니다. 가지에는 낙엽과 이파리 대신 하얀색의 아기자기한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꽃을 가까이 보기 위해 다가가면, 어딘가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신묘하게 생긴 꽃입니다. 지금은 가을이지만 나무에는 열매가 맺혀 있지 않습니다. <자연> 기능이나 식물과 관련된 기능을 판정하려고 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이 꽃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생소한 종류의 나무와 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꽃에는 기묘하게도 향기에 이끌려 날아드는 벌레따위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탐사자가 이를 알 도리는 없지만, 꽃의 이름은 낭화(浪花)로 인수골에서 무사히 탈출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 꽃을 꺾으려 든다면 마을 주민들이 "예끼! 어딜 감히 귀하신 나무신령님의 꽃을 함부로 꺾으려 들어?"라며 화를 내면서 꺾지 못하게 합니다. 나중에 다시 고목나무 앞으로 돌아와서 가져갈 수 있습니다.
*고목나무는 인수골 사람들과 외부인들의 살점과 영혼을 먹고 그들의 피를 마시며 자란 신령스러운 나무입니다. 무당이 마을을 저승으로 만들기 위해 손수 키웠습니다. 낭화는 저승에서만 피는 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인수골과 천수붕 터널 인근을 감싼 마력의 안개는 이 고목나무가 원인입니다. 낭화는 열매를 맺지 않는 꽃으로 저승과 이승을 연결하는 통로를 지날 때 낭화를 지니고 있으면 망령들의 영향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낭화의 효과는 므나르의 별돌(룰북 P.268)과 비슷한 효과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마을 회관 초가집만이 즐비한 인수골에서 유일하게 그나마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건물입니다. 벽의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어서 낡고 오래된 느낌을 줍니다. 건물에는 마을 회관이라고 적힌 팻말이 달려 있습니다. 탐사자들이 문을 두드려도 반응은 없습니다. 창문 따위로 안을 들여다보는 탐사자가 있다면 안은 아무도 없고 건물 내부는 무척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마을 회관처럼 보이는 건물은 환상이며 겉으로는 멀쩡한 근대식 건물로 보입니다. 나중에 탈출에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하고 마을을 빠져나갈 때 마을 회관을 다시 보면 터만 남은 앙상한 폐가만 남아 있습니다. 원래는 나그네들이 머물렀다 가고는 했던 주막이었습니다.
기와집 웅장하지 않고 소담한 느낌이 드는 작은 기와집입니다. 대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집을 둘러싼 돌담은 사람 키보다 약간 낮은 정도입니다. 대문은 한옥식이기 때문에 열쇠 구멍 같은 건 없으므로 열쇠공 판정으로 문을 여는 건 불가능합니다. <크기> 판정을 해서 성공한다면 까치발을 들어 돌담 안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른 탐사자가 들어올려주거나 목마를 태워준다면 굳이 크기 판정을 하지 않아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굿을 위한 준비물들인지 작두, 병풍, 다릿상이 휘어지도록 차려진 제삿상, 돌돌 말려있는 멍석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습니다. 탐사자들이 돌담에 매달려 안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마을 주민 중 한 명이 혀를 끌끌 차며 지나가듯 말해줍니다. "거기는 말여, 무당님 지내시는 곳이여. 신당이니께 함부로 들어가지 말어."
저 두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집들은 전부 지푸라기를 얽어 지붕을 얹은 초가집들입니다. 탐사자들이 초가집을 살펴보려 하면 마을 사람들은 굉장히 경계하며 창호문을 쾅 닫아버립니다. 마을을 얼추 전부 둘러보고 나면 탐사자들의 뒤로 누군가 다가와 말을 겁니다. 마을의 무당입니다. 그는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젊고 건강해보이지만 사실 거의 몇백 년 전의 사람으로 다곤을 소환하고 광기에 빠져 인신공양을 하다가 결국 다곤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를 움직이고 있는 원동력은 사악한 주술로 만약 이 주술이 깨진다면 그는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무당은 제사를 위해서인지 화려한 무복과 패랭이를 갖추고 양손에는 금색 방울과 요상하게 생긴 칼을 들고 있습니다. 방울에서는 무당이 움직일 때마다 딸랑거리는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납니다. 무당은 탐사자들에게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냐며 친절하게 말을 겁니다. 무당이 손에 들고 있는 방울은 금주령이라고 하는 방울이며 이것 역시 낭화와 마찬가지로 탈출을 위해서 필요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탐사자들이 이를 알 방도는 없고, 알고 있다고 해도 무당에게서 방울을 강탈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주 만약의 경우지만, 혹시라도 무당에게서 방울을 억지로 빼앗으려는 탐사자가 있다면 갑자기 무당과 마을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탐사자들을 일제히 쳐다봅니다. 이럴 경우 전투가 가능합니다만 낭화의 효력도 없이 수십이 넘는 망령들을 상대하기는 아마 힘들 것입니다. 만약…정말로 전투를 하게 되었다면 아래에 있는 망령들의 스탯을 참고해주시고 이후 엔딩은 End 4 를 참고해주세요.
무당은 이왕 이렇게 오신 거 마을 관광이라도 하고 가시라며 친근하게 굽니다. 좁은 마을이라 볼 건 없지만 저쪽으로 가면 항구가 위치한 바닷가가 나오니 그곳 구경이라도 하시는 게 어떻냐며 권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부르는 마을 주민의 말에 곧 가겠다고 대답하며 저는 바빠서 같이 있어드리기는 힘드니 탐사자들끼리 마을을 둘러보고 있으라고 말하고는 자신을 부른 주민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갑니다. 이후 탐사자들은 무당이 일러준 대로 항구로 갈 수 있습니다.
탐사자가 항구로 가지 않는다면, 이후 해가 질 때까지 탐사자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묻고 그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해주세요. 단, 마을 밖을 빠져 나가려고 한다면 탐사자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자신들을 감시하듯 쳐다보는, 어딘가 섬뜩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탐사자는 인수골 전체에 깔려 있는 수상쩍은 분위기를 이미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눈치채봤자 인수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도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의 다른 희생자들 모두가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마을 바깥으로 나가려고 한다면 End 5입니다.
[6] 항구
바닷가에도 역시 안개가 짙뿌옇게 끼어 있습니다. 항구의 부둣가에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있는데 이상하게 해안에 정착해있는 배가 한 척도 없습니다. 해변을 둘러싼 숲 부근에 얼핏 샛길이 난 것이 보입니다. 샛길은 사람이 드나들지 못 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금줄이 쳐져 있습니다. 바닷가 근처에는 작은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만약 마을 주민을 붙잡고 배가 없는 이유에 대해 물으면, 안개가 너무 짙게 낀 것도 있거니와 별신굿을 올리지 않으면 풍랑아비가 노하시기 때문에 그 해는 고기잡이를 망친다고 대답합니다. 풍랑아비가 누군지에 대해 물으면 주민은 사색이 되어서는 황급히 자리를 떠납니다.
*풍랑아비는 다곤을 우리말로 임의로 번역한 것입니다. 인수골의 주민들은 다곤을 평소에는 서해의 용왕신이라며 숭배하고 있지만 인간 제물을 바치지 않아 노한 다곤은 인간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 때문에 풍랑아비라 부르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부둣가 가까이서 가서 확인해봐도 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안개가 짙게 껴서 배를 띄울 수 없다고는 하지만 선착장에 세워둔 배조차 없다니, 역시 조금 이상합니다. <지능> 판정 시 탐사자는 사실 이 마을이 어촌이라는 말 자체가 거짓말인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마을에서 인신공양을 하게 된 이후로 어촌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한지 오래입니다.
샛길 사람이 지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금줄이 쳐져 있습니다. 금줄에는 꼬불거리는 글씨들이 쓰여진 종이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습니다. <지능> 판정 성공 시 이 종이들이 부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 <언어(한자)> 판정 성공 시 종이에 쓰인 한자가 뱀 사(蛇) 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오컬트> 판정 성공 시 이 종이가 무언가를 기원하는 의미의 부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구렁이를 소환하는 부적입니다.
탐사자들이 금줄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주민들이 나타나 크게 호통을 칩니다. "그곳은 들어가면 안 돼! 용이 되지 못한 구렁이가 득시글한 곳이라 막아둔 곳이란 말이여!" 주민들이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 낮 동안은 샛길을 지날 수 없습니다.
*샛길은 해안동굴과 이어져 있습니다. 해안동굴은 여태까지 인수골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유해가 쌓여있는 곳으로 주민들은 절대 이곳을 탐사자들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탐사자들이 혹시라도 눈치채서 마을을 빠져나가고 싶어하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인수골의 모든 망령들은 탐사자들을 다곤에게 인간 제물로 바치고 싶어 합니다. 만약 <은밀행동> 등의 기능치를 이용해서라도 주민들 몰래 들어가고 싶어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금줄 너머에서는 구렁이가 튀어나옵니다. 구렁이는 금줄에 붙어있는 부적의 효과로 인해 소환된 존재로 무당이 붙여놓은 것입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구렁이는 탐사자의 발목을 물고 재빠르게 숲 속으로 사라집니다. 구렁이에게 물린 탐사자는 체력 -1. 샛길은 밤에 다시 한 번 올 수 있습니다. 체력이 깎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샛길 너머로 가는 것을 강행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굳이 말리지 말고 곧바로 [10] 해안동굴로 넘어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
비석 탐사자들의 어깨까지 오는 높이의 비교적 작은 비석입니다. 비석에는 글씨가 쓰여 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깎여나갔는지 글씨가 닳아서 희미합니다. 글씨를 읽기 위해서는 <관찰> 판정이 필요합니다. 관찰 성공 시 읽을 수 있는 비석의 글귀는 다음과 같습니다.
[풍랑아비 노하샤 물갈기를 일으키매 폭풍과 우레와도 같은 그 분노를 달래기 위하여 이 돌을 세운다. 용왕이시여, 부디 제물을 받고 노여움을 푸소서.]
<지능> 판정 시, 그런데 이상하군요, 비석대로라면 풍랑아비와 용왕은 같은 신인 것 같은데 용왕신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어째서 제물을 받지 않으면 노한다는 것일까요? 정말 수호신이 맞긴 한 건가요?
<교육>,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혹은 다른 유사한 기능 판정 성공 시 비석의 글귀가 중세에 쓰이던 국어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탐사자가 기억하기로는, 이 문법은 적어도 백 년도 더 전에 쓰이던 국어입니다.
가을의 바다는 물이 차갑고 서늘합니다. 혹시 물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수영> 판정을 할 수 있습니다. 판정에 성공하면 신나게 놀아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실패하면 미역에 발이 걸려 어푸어푸! 바닷물을 잔뜩 먹게 됩니다.
[7] 마을 회관 안 (추천 브금 - Kevin Macleod - Lightless Dawn)
바닷가를 전부 둘러보고 나면 어느덧 해가 져서 주변이 어둑어둑합니다. 이제는 꼼짝없이 잘 곳을 찾아봐야 할 것만 같습니다. 다시 마을로 돌아가보면 어두워진 마을에서 무당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날이 저물어서인지 마을에는 무당 이외의 다른 주민들은 전부 집에 돌아간 것 같습니다. 무당은 날이 어두워졌으니 탐사자들이 묵을 곳을 준비해놓았다고 말합니다. 무당이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 가보면, 아까 탐사자들이 마을을 둘러볼 때 보았던 마을 회관이 나옵니다. 회관은 관광객들이 묵을 곳이 없을 때를 위하여 방을 내어주는 용도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회관 건물 안으로 탐사자들이 들어가보면, 왠 퀭한 인상의 노인 한 명이 앉아서 꺼진 티비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탐사자들이 말을 걸어봐도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무당이 말하기를, 저 분은 마을 이장님이신데 귀가 어두우셔서 소리를 잘 못 들으신다며 이해해달라는 말을 합니다. 무당은 탐사자들에게 비어있는 방들 중 하나를 아무거나 사용해도 되지만 잠겨있는 방은 이장님의 방이니 그곳은 들어가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뒤 돌아갑니다. 회관은 넓직한 거실을 중심으로 방 여러 개가 동, 서, 남, 북으로 각각 네 개씩 배치되어있는 구조입니다. 화장실은 북쪽의 잠겨있는 방 바로 옆에 있습니다.
만약 회관으로 들어오기 전, 무당과의 대화 중에 몰래라도 낭화를 꺾어 가고 싶어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한 명이 <대인기능>으로 무당의 시선을 끌고 다른 탐사자가 <은밀행동>으로 몰래 꽃을 꺾어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감이 예민해서 이미 상황을 의심하고 있던 탐사자라면 꽃을 신경 쓰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낭화를 지닌 채 회관의 이장님과 접촉한다면 이장님은 비명을 지르며 녹아 내립니다. 눈 앞에서 사람이 녹아내리는 장면을 목격하면 <이성> 판정 (0/1d3). 이 경우 [8] 새벽을 건너뛰고 곧바로 [9] 무당의 신당 안이나 [10] 해안동굴로 넘어갑니다. 녹아내린 이장을 뒤로 하고 회관을 조사할 수도 있습니다.
거실 거실 한가운데에는 다홍색의 비단 방석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이장님이 앉아 계십니다. 옆에는 목침이 놓여 있습니다. 얼룩이 있는 커튼 사이로 창문 너머 어느덧 완전히 어두워진 마을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장님은 퀭한 인상에 움푹 패인 눈두덩이가 어두워보이는 얼굴을 갖고 있으며, 이마와 뺨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합니다. 옷은 검은 삼베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장님은 거실에 놓여있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가만히 노려보듯 응시하고 있습니다. 벽 곳곳에는 빨간 글씨로 쓰인 노란 종이들이 치덕치덕 붙어 있습니다. 이장님은 탐사자들이 다가가서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탐사자들이 벽에 붙어 있는 종이의 정체를 짐작하지 못한다면, <지능>, <오컬트> 판정을 해서 저 종이들이 부적이라는 사실을 전달해줄 수 있습니다.
*부적은 탐사자들에게 환상을 보여주기 위해 터만 남은 폐가에 무당이 붙여놓은 것입니다. 탐사자들이 회관이라고 믿고 있는 이 건물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버려진 집터입니다. 부적에 쓰인 한자는 환상(幻像)을 표기할 때 사용하는 한자인 모양 상(像) 자입니다. 기능 판정을 통해 쓰여진 글자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부적은 탐사자들이 볼 수 있는 곳 이외에도 벽지 뒤, 장판 아래, 서랍장 뒤쪽 등 시선이 닿지 않는 곳곳에도 붙어있기 때문에 벽에 있는 부적을 떼어낸다고 해서 환영이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이장님의 맥을 짚어보는 탐사자가 있다면 <의료> 판정. 성공 시 이장님의 맥이 짚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장님의 체온이 기묘하리만치 낮게 느껴지고 시체처럼 살갗이 딱딱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탐사자는 <이성> 판정을 합니다. (0/1d3)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맥이 짚이지 않습니다. 이장님은 두 눈과 고개만 움직입니다. 탐사자가 이장님을 들여다보면 이장은 퀭하게 파인 눈두덩이에 자리잡은 시꺼먼 두 눈동자를 데루룩 굴려 탐사자를 기분 나쁘게 쳐다봅니다.
브라운관 TV는 꺼져 있습니다. 탐사자가 키려고 시도해도 켜지지 않습니다. 브라운관의 옆에는 유선 전화기 한 대가 놓여 있습니다. 탐사자들이 전화를 사용하려고 하면 통화 연결음만 들릴 뿐, 연결되는 번호는 없습니다. 만약 탐사자가 TV 뒤쪽을 살펴 콘센트를 확인해보려 한다면 애시당초 TV는 콘센트가 연결되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혹시 회관 밖으로 나가서 누전차단기를 살피려는 탐사자가 있다면, 밖이 어둡기 때문에 나가서 <관찰> 어려운 판정 이상에 성공해야 합니다. 아니면 <행운> 판정을 해서 주머니에 들어있던 라이터를 발견한다든지, 차단기 아래에 놓여진 낡은 손전등을 발견한다는 전개를 통해 불을 비춘다면 관찰 어려움 판정 없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꺼비집 뚜껑 위에는 "밤에는 전기가 끊깁니다."라고 적힌 종이 쪽지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판정에 실패해 쪽지를 발견하지 못하고 두꺼비집을 열어 전기 차단기를 올리고 돌아온 대도 TV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밤이 되면 전기가 끊기는 모양입니다.
북쪽의 방 단단히 잠겨서 열리지 않습니다. 이곳이 무당이 말했던 이장님이 사용하시는 방인 모양입니다. 만약 <열쇠공> 판정을 이용해 문을 열려고 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지금까지 가만히 앉아만 있던 이장님이 별안간 고개만 홱 돌리더니 탐사자 일행을 노려보기 시작합니다. 이후로 이장님은 탐사자 일행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고 집요하게 탐사자들을 눈으로 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방을 열려고 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열게 해주어도 좋습니다. 문을 열면 방 안은 정말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습니다. 그렇지만 까득거리는 소리는 계속 해서 들려오고 거기에 더해 방 안은 어쩐지 한기가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듣기> 판정을 해서 자세히 들으면 까득까득까득대는 소리가 벽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 이 소리는 어디에서 들려오는 건가요? <이성> 판정 (0/1), <듣기> 어려움 성공 시 까득까득까득대는 소리가 벽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 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소리는 방의 벽에서도, 바닥에서도, 천장에서도. 온 사방에서 들리고 있네요. 아주 미세하게 들리고 있는 터라 탐사자도 귀를 기울여 듣지 않았더라면 놓쳤을 법한 작은 소리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사자는 확실히 들었죠. <이성> 판정 (0/1d3)
동, 서, 남쪽의 방 위치만 다를 뿐 구조는 세 방 다 똑같습니다. 공기가 조금 눅눅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깨끗합니다. 방의 벽에는 벽장이 붙어있고 벽장을 열면 깔끔하게 정리된 이부자리가 잘 개어져 놓여있습니다. 벽에는 각각 오래된 수묵화가 걸려 있습니다. 손에는 칼과 방울을 들고 입에는 동전을 문 채 사람들을 인도하는 한 여성의 그림입니다. 만약 그림을 뜯어 뒷면을 살펴본다면 ‘뱃삯은 입에서 손으로’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는 이불을 펼치고 베개를 꺼내서 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씻거나 양치를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의 행동이 가능합니다.
*방에 걸려 있는 그림은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바리공주의 모습을 나타낸 그림입니다. 입에 물린 동전은 저승의 문지기인 비리공덕 할아범과 비리공덕 할멈에게 건네주는 뱃삯입니다.
화장실 마을에서 유일한 현대식 건물답게 화장실은 수세식입니다. 화장실에는 끄트머리에 약간 금이 간 거울과 세면대, 좌변기와 샤워기가 있습니다. 샤워기와 세면대의 물을 틀면 냉골같은 찬물만 나옵니다. 거울은 끝에 금이 조금 가 있을 뿐, 그 외에는 깨끗합니다. 좌변기는 제대로 잘 작동합니다. 화장실은 벽이 얇은지 손으로 짚거나 두드리면 텅텅 울리는 소리가 납니다. 탐사자가 화장실의 벽이 얇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문득 탐사자의 귀에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무언가 작은 소리가 납니다. <듣기> 판정. 성공 시 벽 너머에 들려오는 소리가 맞은 편에서 누군가 손톱으로 벽을 까득까득까득 긁어대고 있는 소리 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능> 판정을 통해 화장실 옆에 붙어있는 방은 북쪽의 방으로, 그 방은 이장님의 방이라는 정보를 추가로 전달해줄 수 있습니다. 소리를 들으면 <이성> 판정 (0/1)
*이 소리는 망령들이 북쪽의 방 벽을 손톱으로 긁으며 내는 소리입니다. 북쪽의 방 안은 현재 망령들로 미어터질 듯이 가득 차 있습니다. 북쪽의 방 안을 먼저 확인했다면 룰북의 다중이성판정 룰을 참고하여 이성 판정을 생략해주세요.
본래대로라면 잘 준비를 하고 잠에 들어야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탐사자들이 잠에 들지 않으려 할 수 있습니다. 탐사자가 밤에 잠들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여태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이장이 별안간 입을 엽니다. "어여 안 자고 뭣들 혀." 이장의 목소리는 푹 쉬어 쇠를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을 줍니다. 이 말을 끝으로 이장은 다시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탐사자들을 가만히 바라만 봅니다. 마치 탐사자들이 얼른 잠에 들기를 바라는 것처럼요.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방에 들어가 잘 준비를 할까요?
탐사자들은 고분고분하게 방 안에 들어가 각자 잘 준비를 하거나, 이장의 말을 수상히 여겨 회관 밖으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수상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던져지면 누구라도 모든 게 의심스러울 법도 합니다. 하지만 회관 밖을 벗어나봤자 별 뾰족한 도리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밤이 되면 마을 안에는 주민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탐사자들이 자동차로 돌아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는 잠겨있지 않은데도 차 문이 열리지 않으며 인수골에 완전히 들어온 순간부터는 핸드폰, 내비게이션,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기기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탐사자들의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자동차에는 안도 바깥도 망령들이 수십 명씩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이디어> 판정을 실시하는 탐사자가 있다면 이 모든 현상이 일어나게 된 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고, 그 원인을 타파하지 않으면 이곳에 영영 갇혀버리는 게 아닐까하는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탐사자들은 이 마을에서 무엇을 보아왔죠? 마치 조선시대 사람들인 마냥 구는 늙은 주민들과 이 마을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던 젊은이들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이장의 말대로 방 안에 들어가 잠을 자든, 아니면 일단은 그의 말을 듣는 척 방에 들어가 그 뒤로는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우든 해서 상황을 살피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후에 탈출하는 시점에서 탐사자들이 낭화를 들고 있다면 그때는 자동차가 작동합니다.
이 시점에서 탐사자들이 마을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이장에게 인수골을 빠져나가려는 것을 들키게 되므로 망령들이 이 사실을 눈치채고 쫓아오기 시작합니다. [11] 탈출로 곧장 넘어갑니다. 낭화가 있다면 괜찮지만 이전에 미리 낭화를 손에 넣지 않았다면 망령들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이때 실시하는 판정들에 실패하면 End 4 입니다. 망령들을 무사히 따돌리고 장승들 앞을 지날 경우, 엽전이 없거나 동전을 입에 물고 하는 행운 극단적 이상 판정에 실패한다면 End 5 입니다. 행운 판정에 성공해서 터널 안으로 진입한 뒤 탈출을 시도한다면 금주령이 없으므로 End 2 입니다.
*이전의 피해자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희생당했습니다.
[8] 새벽
탐사자들이 각각의 방에서, 혹은 한 방에서 잠에 들고 나면 한밤중에 문득 방 밖에서 소리가 들려옵니다. 잠귀가 어두워 소리를 쉽사리 듣지 못하는 탐사자라면 옆에 누워있던 다른 탐사자가 깨워주거나, 악몽을 꿔서 화들짝 놀라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밤을 샌 탐사자라면 굳이 눈을 떠 일어날 필요도 없이 바로 이상한 낌새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소리는 방 밖의 거실에서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때 <듣기> 판정을 통해 무슨 소리인지 판별해볼 수도 있고, 그냥 문을 열고 나가볼 수도 있습니다. 듣기 판정에 성공하면 지금 들리는 소리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같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와보면, 이장님은 여전히 불이 꺼진 컴컴한 거실 한가운데에 앉아 티비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아까 탐사자들이 잠들기 전에는 분명히 꺼져서 켜지지 않던 TV가 지금은 전원이 들어와 있다는 것입니다. 아까 회관의 두꺼비집을 확인해봤던 탐사자라면 쉽사리 쪽지의 내용을 기억해낼 수 있을 겁니다. <아이디어> 판정을 통해 떠올리게 해줘도 좋습니다. 물론 쪽지를 보지 않은 탐사자라면 밤에는 전기가 끊긴다는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TV의 채널은 고정되지 않고 시시각각 돌아가고 있습니다. 보이는 채널은 하나같이 처음 보는 괴상한 내용입니다. 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탐사자라면 <이성> 판정을 실시합니다. (0/1)
*TV의 내용은 다곤에 대한 내용을 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TV의 내용은 크툴루 신화 기능이 20 이상인 탐사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한 탐사자만이 이후 <이성> 판정을 합니다. (1/1d5)
탐사자들이 얼추 거실로 나왔다면, 별안간 이장이 몸부림을 치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내지릅니다. "창문! 창문에!" 전원 창문을 보고 <관찰> 판정. 성공 시 커튼 너머 창문으로 물갈퀴 달린 손을 발견합니다. 이윽고 손이 사라지더니 형용할 수 없는 생김새의 존재가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밀더니 눈 한 번 깜빡이는 일 없이 탐사자들을 지긋이 응시하더니 곧 사라집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탐사자들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얼굴에 다닥다닥 돋아난 비늘과 인간이라면 있을 리 없는 목의 아가미가 소름끼치게 뻐끔대는 것 하며, 불쾌한 초록색의 피부. 그 끔찍하고 역겨운 형상을 목도하면 <이성> 판정이 있습니다. (0/1d6)
*심해인입니다. 이성 손실 수치는 룰북(P.299)를 참조했습니다. 심해인은 다곤에게 바쳐질 다음 희생양인 탐사자들을 확인하러 인수골에 찾아 왔습니다. 심해인들은 인수골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는 그닥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다곤에게 바쳐질 제물들에만 약간의 흥미가 있습니다. 그들은 곧 인간 제물로 바쳐질 예정인 탐사자들을 확인하고 바로 돌아가기 때문에 End 4 외에 이후 마주칠 일은 없습니다.
탐사자들이 방금 목격한 현상으로 인해 받은 충격을 추스릴 새도 없이 이장이 갑자기 뒤틀린 듯한 비명을 지르며 탐사자들에게 달려듭니다. <근력>, <회피>, <근접전> 판정을 통해 달려드는 이장을 힘으로 저지하거나 피할 수 있습니다. 실패하면 달려든 이장에게 공격받은 탐사자는 체력이 -1 깎입니다. 어떤 방식을 사용하든 이장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저지하고 나면 그대로 밀쳐져 중심을 잃고 나자빠진 이장은 쓰러진 자세 그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탐사자들이 흔들어 깨워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채널은 돌아갈 수록 점점 더 기괴한 내용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채널이 한 곳에 고정되더니 기묘하고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 목소리를 연상케 하는 덤덤한 목소리입니다. "오늘의 사망자 명단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사망자 명단이라고 적혀진 화면에 곽두칠, 임수환, 김환중과 같은 NPC들의 이름이 쭉 나열되더니 마지막에는 탐사자들의 이름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이후 키퍼는 북쪽 이장의 방에서 까득까득까득 손톱 긁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는 식으로 탐사자들이 회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주세요.
회관 밖으로 나오고 나면, 마을 안에는 낮에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거짓말같이 아무도 없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보면 바로 그때, 탐사자들은 기와집에서 무당이 나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탐사자가 무당을 부르려고 하면, 그런데 어쩐지 지금 무당에게 들켜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본능적인 직감이 강하게 듭니다. 탐사자들이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추면 무당은 아직 탐사자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 한 듯 항구 쪽으로 사라집니다. 무당이 나온 기와집 쪽을 확인해보면, 낮에는 굳게 닫혀 있던 대문이 열려있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당을 <은밀행동>, <추적> 기능으로 쫓아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기와집 안을 살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무당을 따라가려는 탐사자가 있다면 [10] 해안동굴로 안내해주세요. 아니면 탐사자 일행이 반으로 나뉘어 한 쪽은 각각 신당 안을 조사하고 다른 한 쪽은 무당을 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신당 안을 조사하지 않고 무당을 쫓지도 않은 채 마을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면 미처 마을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망령들이 이를 알아채고 본색을 드러내며 탐사자들을 쫓아오기 시작합니다. 이때 [11] 탈출을 참고해주세요. 무사히 망령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3턴 이내에 무당이 다곤을 소환하게 되기 때문에 End 4입니다.
[9] 무당의 신당 안 (추천 브금 - mushishi-yama nemuru)
열린 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기와집 앞마당에 들어서자 낮에 보았던 제삿상은 뒤엎어져 있고 병풍은 갈기갈기 찢겨 있습니다. 잔뜩 녹이 슨 작두는 구석에 버려져 있고 무언가를 돌돌 만 멍석이 널부러져 있습니다. 탐사자가 멍석에 말린 것을 확인하려면 <관찰> 판정. 멍석 안에는 조각난 사람의 팔다리가 들어 있습니다. 이걸 발견한 탐사자는 <이성> 판정 (0/1d4).
난장판이 된 앞마당을 지나 창호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면 신당 안은 어둑시니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신당의 가장 안쪽에는 파도가 휘몰아치는 장면을 묘사한 듯한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벽에 걸린 그림 앞 중앙에는 용왕신으로 추정되는 기묘한 상이 세워져 있으며 중앙의 신을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에 각각 꽃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신당의 벽에는 낡은 책들이 꽂혀있는 나무 선반이 위치해 있습니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그림 그림의 파도는 울긋불긋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파도의 한가운데에서 용이 솟아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서해 용왕신을 표현한 신도(神圖)입니다. 본래 마을에서 섬기고 모시던 성황신의 그림인 것 같습니다. 그림은 어쩐지 신성한 기운을 품고 있지만, 바래고 찢겨져 있으며 칠이 벗겨져 있는 처참한 모습입니다.
*인수골에서 모시던 진짜 성황신의 그림입니다. 하지만 무당이 다곤을 소환하고 마을에서 인신공양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이제 모든 것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림이 찢기고 바랜 이유는 그러한 까닭에서입니다.
용왕신의 상 마주보고 있자니 기묘하고 불경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그림에 그려져 있는 신성한 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입니다. 마치 인간의 얼굴을 반죽하여 새로이 물고기의 형상으로 빚어낸 듯한 형상입니다. 원래는 이 모습이 아니었는지 억지로 깎아내고 새로 색을 덧칠한 흔적이 눈에 띕니다. 수십, 혹은 수백 개의 송곳같은 이빨, 얼굴에 다닥다닥 돋아난 비늘, 목에 자리잡은 기괴한 생김새의 아가미. 상을 응시하고 있자면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 같은 공포를 느낍니다. 이 상을 조각한 장인이 어떻게 해서든 이 구역질 나고 끔찍한 형상을 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은 것이 여실히 보이는 것 같습니다. 기괴하게 왜곡된 용왕신의 상을 마주한 탐사자는 <이성> 판정 (0/1d4)
*다곤을 소환한 뒤 무당이 광기에 빠져 기존의 용왕상을 새로이 다곤의 모습으로 조각한 상입니다. 신화생물을 나타낸 상이므로 실물을 본 것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성에 타격을 입습니다.
좌우에 놓인 꽃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조화입니다. 얼핏 보면 진짜 같지만 향기가 없고 꽃몽우리 아래에는 작고 새빨간 가짜 열매가 매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낭화를 흉내낸 조화입니다. 열매가 맺혀있는 것이 가짜 낭화라는 증거입니다. 꽃이 꽂혀져 있는 장식 자기에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종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리데기가 시커먼 강물을 건너자 그 속에서는 온갖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려 왔다.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통곡하며 흐느끼는 소리, 숨 넘어가는 소리, 얼이 빠졌는지 히히 웃는 소리. 지옥도의 소리를 들으며 바리데기가 손에 횃불처럼 들려있던 낭화를 흔들었다. 열매 맺지 않는 꽃에 담긴 신묘한 기운이 중생들을 지옥의 망령들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다.]
*고목나무에 핀 낭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당에 장식된 가짜 낭화는 열매가 맺혀 있으므로 효력이 없습니다.
나무 선반 선반에는 다양한 무속 서적들이 꽂혀 있습니다. 하나같이 오래되고 낡아서 너덜너덜합니다. 선반 위에는 화선지에 곱게 싸여있는 무언가가 놓여 있습니다. 탐사자들이 화선지를 펼쳐 보면 처참할 정도로 깨지고 녹슬어 너덜너덜한 방울이 들어 있습니다. 화선지 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바리데기가 지날 수 있는 다리도 없고 그 깊이가 보이지 않아 온통 새카맣기만 한 강물을 건너려자니 도통 길이 보이지 않더라. 그러자 그때 보살님이 주신 금주령을 떠올리고 품 속에서 금색의 방울을 꺼내 흔들자 강물에 오색빛 무지개가 생겨나 다리가 되어 주었다. 바리데기는 무사히 저승의 강물을 건넜다.]
화선지에 감싸져 있던 깨진 방울은 정말 효과가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처참한 모습입니다. <지능> 판정을 통해 아까 낮에 보았던 무당의 손에 들려 있던 금색 방울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새벽에 무당이 항구 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탐사자들은 분명히 목격했었죠.
*화선지의 내용은 금주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금주령이 없다면 다른 조건을 전부 갖춰도 천수붕 터널 바깥을 빠져나가지 못 합니다. 금주령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방울을 지니지 않고 탈출을 시도할 경우 End 2 로 이어집니다. 방울을 얻기 위해서라도 탐사자들은 무당을 쫓아 그를 죽이든, 몰래 방울만 빼앗아오든 금주령을 손에 넣는 편이 좋습니다. 화선지에 싸여있던 녹슬고 깨진 방울은 인수골이 지옥으로 변한 뒤 신묘한 힘을 잃고 타락해 부서져 버린,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신방울 중 하나의 잔해입니다. 따라서 이 방울은 터널 바깥을 빠져나갈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선반에 꽂혀있는 책들을 읽으려면 <자료조사> 판정. 판정에 성공하면 선반 깊숙한 곳에 숨겨놓은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책은 김환중의 일지입니다.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千四百七十九年. 一月十七日. 조선 팔도에 인신공양을 하여 역신을 물리치겠다는 괴이한 풍조를 퍼뜨리는 불온한 고을에 대한 소문이 섬섬케 들려오고 있다. 어사 김환중은 인신공양을 한다는 마을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하여 임금님의 부름을 받들어 이후의 기록을 이곳에 적는다.
(중략) 동래군을 넘어가던 도중 산에서 날이 저물어 인수골이라는 촌락에 머물게 되었다. 충청남도 먹산의 오지에 위치해있어서 인근 지역 고을의 주민들도 이 마을을 모르는 사람이 꽤 있는 모양이다. 다만 마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지금이 한참 고기철임에도 불구하고 온 마을 사람들이 고기잡이는 커녕 별신굿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이곳이 소문의 인신공양을 한다던 그 부락이 아닐까?
(…) 금수다, 이곳은 인간이 사는 마을이 아니라 금수들의 굴이다! 마을 무당의 행보가 영 수상쩍어 밤에 몰래 뒤를 밟았다가 마을 앞바다에 숨겨진 작은 동굴에 사람의 시신이 한 무더기가 쌓여있는 광경을 목도하고야 말았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끔찍한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당장 오늘밤 서둘러 짐을 꾸리고 마을을 빠져나가 이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이 마을의 작자들은 골에 들어온 외부인을 잡아다 제물로 바치고 있다. 인두겁을 뒤집어 쓰고 짐승의 마음을 지닌 자들만이 모여 있도다. (人面獸心)]
*암행어사 김환중의 일지입니다. 인면수심이라고 쓰인 장을 마지막으로 이후에 쓰여진 글은 없습니다. 김환중이 제물로 희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살펴볼 것은 선반 바로 위 벽에는 낮에 무당이 들고 있던 요상한 모양의 칼이 걸려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칼은 잘 갈려서 날카롭게 빛이 납니다. 칼의 이름은 언월도로 무당들이 굿을 지낼 때 사용하는 신칼의 일종입니다. 혹시라도 가져가려는 탐사자가 있다면 무기 판정은 단도, 대형(룰북 P.405)로 합니다.
김환중의 일지를 다 읽고 나면, 혹은 자료조사에 실패해서 일지를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탐사자들이 책장을 뒤진 탓에 책장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던 접힌 화선지 한 장과 둥근 원판 하나가 책들 사이에서 떨어집니다. 화선지의 상태나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관찰>, <역사학>, <교육> 등의 판정이 필요합니다.
<관찰> 기능에 성공하면 종이가 누렇게 바래고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게, 상당히 오래 전에 쓰인 화선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이는 제대로 관리된 적이 없는지 여기저기 변색되어 있고 좀이 슬어있습니다. 먹으로 쓰여진 글씨는 한자로 보입니다. 옆에 놓인 원판은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크기가 꼭 알맞습니다. 원판에는 검게 변색된 무언가가 말라붙은 자국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관찰> 어려움 이상에 성공하면 원판의 검붉은 자국이 손으로 쥔 모양대로 나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의료> 판정을 통해 이러한 검은 자국은 피가 말라붙었을 때 나는 것이며 자국의 상태로 보아 피가 굳어서 방치된 기간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 피 묻은 손으로 원판을 필사적으로 움켜쥔 채 버틴 흔적인 것 같습니다. *김환중이 무당에게 살해당하기 직전 발악한 흔적입니다.
<역사학>, <교육> 그 외 대체 기능의 판정 성공 시, 탐사자는 이것이 각각 조선시대에 쓰인 방문(榜文) 벽서와 암행어사의 마패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패에는 김환중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방문 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팔도에 역병이 크게 돌아 백성들 사이에서 역신(疫神)을 막기 위해 소나 갓난아이를 죽여 그 피를 뿌려야 한다는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막기 위하여 성종 10년 1월 1일, 전국 방방곡곡에 어사를 파견하였으매 민간에서 저러한 조치가 발각될 시 즉각 엄한 벌로써 다스릴 것이다.
(바로 아래에 다른 누군가가 휘갈겨 쓴 듯한 글씨가 남아 있다.) 흥! ■이나 까라지. 어차피 김환중이라는 어사 놈팽이가 살아 나갔다고 한들 저승길 노잣돈이 없이는 장승들이 쉽게 보내주지 않았을 터이다. 보내드릴 때 섭섭치 않게 굿도 자알 해드렸으니 원망 말고 잘 가소.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노잣돈이 없는 법이라니까.]
*이것은 조선 시대 전국 팔도에 전염병이 돌았을 당시 인수골 인근 고을에 붙어있던 방문 벽서입니다. 김환중은 이때 인수골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파견된 암행어사입니다. 방문 벽서 아래에 휘갈겨 쓴 글씨는 무당이 김환중을 조롱하며 끼적인 글입니다. 노잣돈은 탐사자들을 죽은 자들로 보이게 하여 장승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노잣돈은 시신을 매장하기 전 죽은 사람의 입에 물려주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에, 탐사자들이 입에 사자(死者)의 노잣돈을 물고 있지 않는다면 장승들은 탐사자들을 그냥 보내주지 않을 겁니다. 해안동굴에서 저승길 노잣돈으로 암행어사 김환중의 엽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탐사자들이 신당 안을 전부 살폈다면, 그리고 아직 낭화를 얻지 않은 시점이라면 <지능> 기능을 통해 낮에 본 고목나무에서 열매가 맺히지 않은 하얀 꽃이 피어있는 걸 보았던 기억이 난다는 식으로 유도해주셔도 괜찮습니다. 탐사자들은 이제 해안동굴로 향한 무당을 쫓아 공양의 주술을 저지해야 합니다.
[10] 해안동굴
탐사자들이 샛길을 처음 지난다면, 부적의 효과로 구렁이가 튀어나와 탐사자들을 위협합니다. 이때 <민첩> 판정을 통해 성공하면 구렁이를 지나치고 아무런 대미지 없이 해안동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패한다면 구렁이에게 물려 체력이 -1 깎입니다. 무당은 이 동굴에서 다곤을 불러내려고 하며 탐사자들은 무당을 제압하거나, 혹은 죽일 수도 있습니다.
해안동굴 안으로 들어와보면 안에 불빛이 될 만한 건 없는데도 안이 기묘하게 밝습니다. 좁은 입구에 비해 안은 꽤 넓따랍니다. 동굴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만 울려 퍼집니다. 바닥에서 돋아난 석순들은 하나같이 몸을 뒤틀며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어라? 바닥에 엽전들이 떨어져 있네요. 엽전들은 동굴 안으로 향한 듯 떨어져 있습니다. 떨어진 개수는 탐사자들의 수와 꼭 알맞습니다. 김환중이 무당의 뒤를 몰래 밟던 도중 흘린 돈입니다. 주워두면 나중에 탈출하면서 노잣돈으로 쓸 수 있습니다. <지능> 판정 등을 통해 떠올리게 해줘도 무방합니다. 동전을 따라 굴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다보면, 어느 순간부터인지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납니다. 속이 뒤집어질 것만 같은 역겨운 냄새입니다. 냄새를 참고 탐사자들이 계속 안으로 향하다 보면, 무언가 잔뜩 쌓여있는 거대한 더미가 보입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관찰> 성공 시 저것들이 전부 인간들의 몸뚱아리와 유해로 이루어져 있는 하나의 커다란 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풍기던 끔찍한 냄새의 정체는 시체가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였던 모양입니다. <이성> 판정 (1/1d4)
<관찰> 극단적 성공 시 탐사자는 시체 더미 사이에서 아는 얼굴들을 찾아냅니다. 낮에 마을에서 만났던 대학생의 눈을 부릅 뜬 시체부터 시작해서 회관에서 이장님이 입고 있던 검은 삼베옷 사이로 툭 튀어나온 사람의 팔 뼈, 이제는 완전히 썩어 백골이 된 시체의 손아귀에 쥐여진 마패까지. 아는 얼굴들을 찾아낸 탐사자는 <이성> 판정 (1/1d4+1)
시체 더미 옆에는 제단이 놓여 있고 그 앞에는 무당이 서있습니다. 동굴의 벽에는 물고기인지 인간인지 모를 괴상망측한 형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무당은 인기척에 별안간 몸을 홱 돌려 탐사자들을 히죽히죽 웃으며 바라보더니 입꼬리가 찢어져라 웃으며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그리고는 두루마리를 꺼내 펼치더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불경한 발음으로 주문을 중얼중얼 외워댑니다.
*해안동굴은 제물을 바치는 의식의 공간입니다. 무당은 이곳에서 제물이 될 탐사자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탐사자들이 동굴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고 나서야 다곤을 소환하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 다곤은 소환되지 않습니다. 만약 탐사자들이 동굴을 확인하지 않고 마을에서 탈출하려 한다면 그때는 동굴의 방문 여부와는 상관없이 다곤을 소환하고 마을 주민들은 탐사자들을 추격하기 시작합니다. 동굴을 방문하지 않고 탈출을 감행하는 경우에는 3턴 이내에 망령들의 공격을 피해 장승을 속이고 천수붕 터널에 도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전투 페이즈에 돌입합니다. 무당의 영창은 총 3턴 동안 이루어집니다. 탐사자 전원이 실패했을 경우, 다곤을 불러내는 무당을 막지 못해 End 4 입니다.
전투 시에는 아까 신당에서 챙겨온 언월도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무당이 외는 주문은 다곤을 불러내는 주술입니다. 그 외에도 무당은 탐사자들을 공격할 주문 여러가지를 알고 있으며 탐사자들이 지닌 낭화를 우선적으로 빼앗으려 합니다. 만약 탐사자가 <회피> 판정에 실패한다면 대미지와 함께 낭화를 빼앗깁니다. 무당은 빼앗은 낭화를 손으로 짓뭉개버립니다. 무당의 한 손에는 굿을 위해 잘 갈려진 날카로운 신칼이 들려 있습니다. 무당의 스탯의 경우 다음과 같습니다.
무당의 껍데기
근력 60 / 크기 65 / 민첩 70 / 회피 45 / 근접전(단검) 60 / 체력 12 / 신칼 피해대미지 1d6+피해보너스 / 주문 : 망각의 파도, 심해의 숨결, 칼날 축성(룰북 P.247, 253, 262 참고)
무당도 마을의 망령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전투 도중 체력이 절반 이상 닳는다고 해서 민첩이나 근력에 패널티가 가해지지는 않습니다. 무당은 목이 덜렁덜렁거려도, 팔다리가 잘려도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주문의 영창을 이어갑니다. 무당을 제압하고 나면 무당의 손에는 아까 낮에 보았던 금색 방울이 들려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방울은 어둠 속에서도 혼자서 은은히 빛을 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탐사자들이 무사히 무당의 주술을 막고 금주령까지 획득하고 나면 무당이 별안간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합니다. 겁에 질려 사리분간을 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무당은 이미 죽어 영혼을 빼앗기고 껍데기만 남았기 때문에 체력이 0이 되면 곧 한 줌 먼지가 되어 사라집니다. 무당을 처치하고 그의 몸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나면 <이성> 판정이 있습니다. (0/1)
*진짜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아닙니다. 무당은 그 몸과 인수골 전체에 걸린 저주로 인해 영영 죽지 못하고 고통받으며 구천을 떠돌 운명입니다. 이는 다른 망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때, 별안간 동굴이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낌새를 보입니다. 마을의 모든 망령들이 무당의 의식이 실패한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망령들은 눈을 희번득하게 빛내며 탐사자들을 쫓아 그들의 영혼을 갈가리 찢어놓고 다곤에게 바치려 할 것입니다. 탐사자들은 망령들에게 붙잡히지 않고 무사히 인수골에서 탈출해야합니다.
[11] 탈출
해안동굴에서 빠져나오고 나면 본격적으로 마을의 모습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무당의 주술이 실패하고 탐사자들에게 걸려 있던 환상이 풀린 것입니다. 동굴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바다는 새까맣게 물들어 넘실대고 있으며 물 속에서는 살려달라는 비명 소리와 함께 탐사자들을 붙잡으려는 손들이 곳곳에서 뻗쳐 나옵니다. 찢어지는 비명소리, 통곡하며 흐느끼는 소리, 숨 넘어가는 소리, 얼이 빠졌는지 히히 웃는 소리. <이성> 판정 (0/1d3). 탐사자들이 낭화를 가지고 있다면 손들이 탐사자들에게 닿은 순간, 치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녹아내립니다. 탐사자들은 그 사이 마을로 도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낭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민첩> 판정을 하여 손들을 피해야 합니다. 실패한다면 다리를 손들 중 하나에게 붙잡히며 엄청난 악력으로 인해 그대로 바닷속으로 끌려들어 갑니다. 이럴 경우 옆의 탐사자가 <근력> 판정을 통해 구해낼 수 있습니다. 판정이 실패한다면 End 4 입니다.
지옥의 강을 연상케 하는 바다를 빠져나와 탐사자들이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마을 주민들이 모두 일제히 고개를 돌려 탐사자들을 쳐다봅니다. 이제 더이상 그들에게 인간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목을 꺾으며, 다른 누군가는 찢어져라 입을 벌리며 탐사자들을 향해 달려 옵니다. 탐사자들이 도망치는 와중에 마을의 풍경을 묘사해줄 수도 있습니다. 고목나무의 가지에는 색줄 대신 목 매달린 시체들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마을 회관인 줄로만 알았던 곳에는 건물은 온데간데 없고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도록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폐가만이 남아 있습니다.
낭화를 가지고 있는 탐사자들이라면 망령들과 닿자마자 망령들의 손이 녹아내립니다. 이럴 경우 턴 계산 없이 곧장 마을 어귀로 이동합니다.
낭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탐사자들이라면 썩어서 뼈가 하얗게 드러난 팔을 덜렁대며 달려드는 이장님의 망령, 입을 찢어져라 벌린 채 이를 딱딱대며 탐사자들을 물어뜯으려 드는 외부인 대학생의 망령,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퀭하게 파여 구더기를 눈물처럼 흘리는 암행어사 김환중의 망령으로부터 총 세 번의 <민첩> 판정을 해야합니다. 한 번이라도 실패해서 붙잡힌다면 <정신력> 판정을 합니다. 어려움 성공 이상이어야만 홀리지 않고 망령들을 떨쳐낼 수 있습니다. 정신력 대항에 실패한 탐사자는 End 4.
탐사자들이 마을을 벗어나 장승이 위치한 마을 어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면,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의 출처를 찾아 두리번거리다보면 마을 입구를 지키듯 서있는 흉흉한 장승의 모습이 탐사자들의 눈에 들어옵니다. 장승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는 노잣돈으로 챙겨온 김환중의 엽전을 입에 물어야 합니다. <지능> 판정을 한다면 아까 신당 안에서 보았던 벽보 아래의 낙서(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노잣돈이 없다), 마을 회관에 걸려있던 수묵화(동전을 입에 문 여인, 뱃삯은 입에서 손으로), 해안동굴에서 발견한 엽전 따위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에 성공한 사람이 이 사실을 옆의 사람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습니다. 탐사자가 땅에 떨어져 있던 오래된 엽전을 입에 물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탐사자의 성향껏 하게 해주세요. 엽전을 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End 5 입니다.
만약 엽전을 챙기지 않았다면 탐사자의 소지품 중 지갑 안에 있는 동전 아무거나를 꺼내 엽전을 대체하겠다는 기발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탐사자들은 아직 산 자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 <행운> 극단적 판정이 필요합니다. 엽전을 챙기지 않았거나 <행운> 판정에 실패했다면 End 5 입니다. 엽전을 입에 물었거나 행운 판정에 성공한 탐사자들은 천수붕 터널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단, 만약 사망한 탐사자의 소지품에 있던 동전을 사용한다면 엽전과 마찬가지로 <행운> 판정은 생략합니다. 노잣돈은 죽은 자의 돈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 시점에서는 자동차가 작동합니다. 이전에 터널에서 <행운> 판정에 실패해서 자동차가 멈췄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탐사자의 손에 들린 낭화가 싱싱함을 유지하는 동안은 고장난 줄로 알았던 모든 기기가 작동을 시작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탈출하면 좀 더 수월하고 빠르게 망령들의 소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낭화를 가지고 있어 망령들의 공격을 받지 않았고 금주령을 가지고 있다면 End 1 로, 금주령은 가지고 있으나 낭화를 지니지 않아 망령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면 End 3 입니다.
*키퍼의 재량껏 End 5 를 참고해 장승의 외모를 묘사하며 장승이 두리번거리며 탐사자들을 찾는다는 식의 서술이 가능합니다. 노잣돈을 입에 물었거나 <행운> 판정에 성공했다면 장승은 탐사자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망령들의 스탯 : 근력 80 / 민첩 50 / 체력 10 / 근접전(격투) 45 / 피해 1d3 + 피해보너스 / 회피 -
룰북(P. 337)에 나오는 괴물들(미라, 뱀파이어, 좀비 등)의 스탯을 참고했습니다. 망령들은 오로지 탐사자들을 붙잡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탐사자들의 공격을 피하지 않습니다. 탐사자들의 공격으로 망령의 체력이 0이 되었다면 먼지가 되어 흩날린다는 식으로 연출해주세요. 이는 무당을 죽이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의 주민 전부가 망령이므로 탐사자들의 인원 수에 관계 없이 망령들의 수는 최소 10명으로 고정됩니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망령들은 전부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 목격하면 <이성> 판정이 있습니다. (1/1d3)
또한 망령들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영원히 인수골을 떠돌며 고통받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일시적인 대책에 불과합니다. 망령들은 죽어도 금방 다시 마을 어딘가에서 나타나 탐사자들을 공격해옵니다. 그러니 상대하지 않고 최대한 단서를 모아 부락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망령들 전부를 상대하게 될 일은 아마 없을 테지만 만약의 상황을 상정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1] 탈출에서는 이 모든 망령들을 전부 상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엔딩
第一. 天雖崩 牛出有穴(천수붕 우출유혈)
End 1.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엔딩 조건 : 낭화와 금주령을 지니고 입에는 노잣돈을 문 채 인수골의 모든 진상을 밝혀낸 뒤 마을에서 탈출합니다. (낭화, 금주령, 노잣돈)
공허한 터널 안에는 비명소리와 발 아래 고여있는 썩은 물이 철벅대는 소리로 가득 차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합니다. 탐사자의 손에 들린 낭화만이 횃불처럼 신성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탐사자들을 향해 기괴하게 꺾인 목을 흔들며 손을 뻗는 망령들의 귀를 찢는듯한 비명과 고함소리를 뒤로 한 채 혼비백산하여 터널을 빠져나오다 보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이 지독한 안개 속에서 처음으로 보는 햇빛입니다. 터널의 밖으로 나와보면, 여태까지 우리의 숨통을 답답하게 졸라왔던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혀있습니다.
문득 탐사자들이 뒤를 돌아 자신들이 지나온 터널을 바라보면 기묘하게도 입구가 콘크리트 블럭따위로 봉쇄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저곳을 지나올 수 있었던 걸까요? 터널의 위에는 너덜너덜해져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팻말에는 天雖崩(천수붕)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습니다.
안개가 걷힌 하늘은 맑은 파란색입니다. 밖에서는 그동안 비가 왔었는지 하늘에는 오색빛 무지개가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그제서야 실감합니다. 우리가 그 지옥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을… 이제는 핸드폰의 전파도 제대로 잡힙니다. 탐사자들은 119에 신고를 할 수도 있고,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방법은 있다더니, 옛 선조들 말씀 중 틀린 말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지옥은 여전히 먹산시 어딘가에 남아 있겠죠. 그리고 이 근방을 지나는 불쌍한 외지인들을 잡아먹기 위해서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도사리고 있을 것입니다. 문득 제 손을 내려다보면 탐사자들의 손에 들려 있는 낭화는 이미 시들어 버렸고 금주령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제는 영영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모양입니다. 아마 탐사자들이 이곳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살아나올 수 없겠죠.
그렇지만 훗날의 일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영역이 아닙니다. 탐사자들은 기묘한 경험과 기억들을 가슴에 품은 채 무사히 생환했습니다.
탐사자 무사 생환
보상 : 1d5 이성 회복,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엽전 등을 박물관에 팔면 +5 재력 상승
第二. 落花難上枝 覆水定難收(낙화난상지 복수불반분)
End 2. 한 번 진 꽃은 다시 가지로 돌아갈 수 없다
엔딩 조건 : 낭화는 갖고 있으나 금주령을 찾지 못해 천수붕 터널 밖을 빠져나가지 못 합니다. (낭화, 노잣돈)
이 어두컴컴한 터널 안에서 얼마나 걸었을까요. 시간이 억겁만 같이 느껴집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우리는 정말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저 멀리 빛이 보입니다. 탐사자들은 한 줄기 빛에 의지하여 마지막 힘을 다해 터널 바깥으로 빠져 나왔습니다.
…어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탐사자들의 눈에 마을 어귀에 세워져 있던 인수골이라 쓰여진 커다란 비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황한 탐사자들이 황급히 주위를 살피자, 여전히 주변은 안개가 빽빽히 끼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딸랑, 딸랑. 저 멀리서 방울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윽고 안개를 헤치고 무복과 패랭이를 갖춰 입은 무당이 나타납니다. 무당의 손에는 방울이 들려 있습니다. 탐사자들의 손에 들려진 낭화만이 이 안개 속에서 횃불처럼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인수골의 망령들이 끔찍한 얼굴을 드밀며 우리의 주위를 맴돌며 히히 웃습니다. 그 꽃을 놔,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와 함께 영원히 풍랑아비를 모시자, 숭배하라, 경배하라, 두려워하라…
…끔찍한 망령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탐사자는 귀를 막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깨닫습니다. 우리는 영영 이 지옥 속에 갇혀버리고 말았고, 손에 낭화를 들고 영영 산 채로 이 지옥에서, 구천에서 떠돌게 될 운명이라는 사실을.
낭화의 효력으로 탐사자는 죽지 않았으나 낭화가 시들어 효력이 다 할 때까지 영영 산 채로 인수골을 떠돌게 됩니다. 탐사자 로스트.
보상 없음.
第三. 聞則病 不聞則藥(문즉병 불문즉약)
End 3. 들어서 알면 병이요, 모르는 게 약이라
엔딩 조건 : 낭화를 지니지 않아 망령들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나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금주령, 노잣돈)
공허한 터널 안에는 비명소리와 발 아래 고여있는 썩은 물이 철벅대는 소리로 가득 차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합니다. 탐사자들을 향해 기괴하게 꺾인 목을 흔들며 손을 뻗는 망령들의 귀를 찢는듯한 비명과 고함소리를 뒤로 한 채 혼비백산하여 터널을 빠져나오다 보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아, 이 지독한 안개 속에서 처음으로 보는 햇빛입니다. 터널의 밖으로 나와보면, 여태까지 우리의 숨통을 답답하게 졸라왔던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혀있습니다.
문득 탐사자들이 뒤를 돌아 자신들이 지나온 터널을 바라보면 기묘하게도 입구가 콘크리트 블럭따위로 봉쇄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저곳을 지나올 수 있었던 걸까요? 터널의 위에는 너덜너덜해져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팻말에는 天雖崩(천수붕)이라는 한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윽고 탐사자들의 뇌리를 끔찍한 기억들이 뒤덮습니다. 우리를 쳐다보던 파충류의 끔찍한 두 눈동자, 우리의 목덜미를 노리며 달려들던 썩어가는 시체들….
우리는 그 끔찍한 곳에서 탈출했고,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겪은 일들은 결코 없었던 일이 되지 않을 겁니다. 탐사자들은 그렇게 언제 잊을 수 있을지 모르는, 혹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악몽을 끌어안고 살아나가야 합니다.
탐사자들은 생환하였으나 광기의 발작 중 9번, 공포증에 들어가는 탐사자는 무조건 60.어류공포증(P.158)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10번, 집착증에 들어가는 탐사자는 무조건 58.어류광(P.159)을 갖게 됩니다.
탐사자 생환
보상 : 장기 광기
第四. 風浪阿鼻叫喚(풍랑아비규환)
End 4. 참상에 울부짖는 지옥의 소리
엔딩 조건 : 낮에 무당으로부터 억지로 방울을 빼앗았거나 낭화를 지니지 않아 망령들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그대로 붙잡혀 끌려들어 갔습니다. 혹은 무당의 주술을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금주령, 엽전 / 혹은 둘 중 하나만 / 혹은 둘 다 없음)
꽈득, 꽈득, 꽈득. 무언가를 씹어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야가 흔들리고 흐려서 도통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죠? 탐사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흐린 시야 너머로 수많은 망령들이 탐사자의 몸을 뒤덮고 무언가를 계속 먹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요, 이제야 기억이 납니다. 탐사자는 망령들에게 붙잡히고 결국 그들에게 살점과 뼈를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게걸스럽게 탐사자의 피와 살을 뜯어먹는 망령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입니다. 그런 탐사자의 옆에서 무당이 실성한듯 덩실덩실 춤을 추며 불경한 발음으로 주문을 외웁니다.
탐사자들의 눈 앞에 거대한 거인이 나타납니다. 날카로운 가시같은 이빨, 회록색의 피부, 온 몸을 뒤덮은 끔찍한 비늘, 긴 갈고리 같은 물갈퀴 손. 탐사자들은 이해하고 맙니다. 저것이 이 마을에서, 인수골에서 숭배하던 성황신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탐사자들의 몸과 영혼은 신에게 바쳐져 이제 갈기갈기 찢긴 영혼의 일부만을 구천에 남겨둔 채 또다른 인수골의 주민이 되어 고통에 울부짖게 되겠죠. 그리고 다른 망령들과 함께 이 인수골에 들어올 희생자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온몸이 뜯겨나가는 고통 속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된 탐사자의 사정 같은 건, 위대하신 신이 신경쓸 바가 아닙니다. 탐사자 로스트.
보상 없음
第五. 螳螂捕蟬 黃雀在後(당랑포선 황작재후)
End 5. 남몰래 도사리는 머리 위의 위험
엔딩 조건 : 엽전을 입에 물지 않았거나 행운 판정에 실패해 장승들의 눈을 속이지 못했습니다. (낭화, 금주령 / 혹은 둘 중 하나만 / 혹은 둘 다 없음)
탐사자들은 이 끔찍한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터널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탐사자들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집니다. 마치 누군가가 우리들을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탐사자들이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본 순간, 시퍼렇게 뜨여진 두 눈과 마주합니다.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목을 구불구불하게 늘인 채 수십, 혹은 수백 개일지도 모르는 송곳 같이 뾰족한 이빨이 꽉꽉 들어찬 아가리를 벌리고, 탐사자들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내려다보는 장승입니다. 입 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텅 빈 어둠 뿐입니다. 그리고 탐사자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장승들은 입꼬리를 찢어져라 올려 웃으며 그대로 탐사자를 집어 삼켰습니다.
이제 탐사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무것도 없고, 어디가 천하이고 어디가 지하인지조차 알 수 없는 그저 공허한 어둠 속을 영원히 헤매이게 되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 알 수 없을 겁니다. 알 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때 그 사실을 깨달은 자가 여전히 탐사자로 남아있을지 그것조차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탐사자 로스트.
보상 없음.
후일담
첫 시나리오라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 시나리오를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기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고립된 부락의 괴담을 컨셉으로 동양적, 그 중에서도 한국적인 공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의 제목인 인면수심은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하나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풍요로운 재물에 눈이 멀어 인두겁을 뒤집어쓰고 마을에 들어오는 외부인들을 제물로 팔아넘긴 끔찍한 짓을 저지른 인수골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망령이 되어 이제는 정말로 인간이 아니게 되고 만 인수골 사람들입니다.
크툴루 신화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 역시 완전한 해피엔딩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무사히 생환한 탐사자라도 다시 인수골에 가게 되면 그때는 정말로 돌아올 수 없게 될 테니 탐사자들에게는 다시는 저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되겠습니다. 이제는 지옥이 되어버린 인수골도 마찬가지입니다. 망령들을 구제하거나 이제는 생지옥이 되어버린 인수골을 정화할 방도같은 건 어디에도 없습니다. 생환한 탐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인수골에 홀려 또다른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일상을 지내게 되겠죠. 그런 느낌으로 엔딩을 작성했습니다.
아무쪼록 시나리오를 플레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나리오의 난이도 및 밸런스, 플레이 후기와 감상에 대한 피드백은 언제든지 받고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다곤에 대한 설명은 룰북(P. 286)을 참고했습니다.
2) 동래군은 충청남도 울산 부근에 위치했던 조선시대 옛 지명 중 하나로 실제 지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실제로 충남 태안지역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성황제가 열렸다고 「한국민속대백과」에 기록되어있어 이 부근을 시나리오의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으로 설정하였습니다.
3) 성황신(城隍神)은 고을, 마을따위를 수호하는 신으로 주로 천왕, 산신, 무명의 장군을 모십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조선왕조실록사전」- 역주를 참고했습니다. 성황신에게 올리는 제사인 성황제(본 시나리오에서는 별신굿이라고 지칭됩니다)는 봄, 가을 즈음에 열린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바 있어 시나리오의 배경은 우박이 잦은 가을로 설정하였습니다. 탈출의 필수조건 중 하나인 낭화 역시 열매를 맺지 않는 꽃으로 가을에 열매를 맺지 않고 꽃을 피웁니다.
4) [8] 새벽에 브라운관 TV에서 들을 수 있는 사망자 명단은 일본의 유명한 도시전설인 심야의 임시방송 괴담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오컬트 지식에 해박하다는 설정의 탐사자라면 <지능>이나 <오컬트> 판정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겠습니다.
5) 낭화는 바리공주 설화에 나오는 꽃으로 「한국민속신앙사전」에서 비교적 불교적 색채가 강한 부분을 채택하여 참고했습니다. 바리공주 설화에서의 낭화는 바리공주가 저승길을 지나던 도중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할 때 사용됩니다. 본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낭화는 무당이 이 설화를 연구해 손수 키워낸 모조꽃으로 효력이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낭화에 못 미칩니다. 그러나 잠시동안 인수골 마을에 만연한 망령들로부터 안전할 수는 있습니다. 낭화가 없다면 탐사자들은 망령들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설화 속의 낭화처럼 인수골의 망령들을 구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판본에 따라 낙화라고 표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6) 금주령은 바리공주 설화에 나오는 방울로 여러 설화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민속신앙사전」의 비교적 불교적 느낌이 강한 부분을 채택하였습니다. 서울전승본에 따르면 저승의 신이 된 바리공주는 무조신(巫祖神)이라고 불리며 한 손에는 삼지창과 언월도, 다른쪽 손에는 방울과 부채를 들고 죽은 자를 인도한다고 전해지는데, 이때 들고 있는 방울과 바리공주가 저승에서 돌아올 때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 사용한 방울의 전승을 각각 참고하였습니다. 본 시나리오에서 금주령은 저승(인수골)에서 이승으로 탐사자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천수붕 터널에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금주령이 없다면 탐사자들이 터널까지 무사히 도착하더라도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7) 신당 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벽서의 내용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 일부를 각색한 것입니다. 실제로 팔도에 전염병이 돌았다는 기록은 선조 10년 1월 1일의 것을, 첫 암행어사가 파견되었다는 기록은 성종 10년의 것을 차용했습니다. 별신굿의 제물로 바쳐진 암행어사 김환중은 실제 인물이 아닌 본 시나리오에서만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8) 저승길의 노잣돈인 엽전을 입에 물어 장승들의 눈을 속이는 것은 죽은 사람의 입에 노잣돈으로 동전을 물려주었다고 전해지는 기록과 비리공덕 할아범, 비리공덕 할멈의 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비리공덕 할아범과 비리공덕 할멈은 바리공주 설화에 나오는 인물들로 저승의 문지기로서 뱃삯을 받고 망자를 저승의 강으로 인도한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 시나리오에 나오는 두 장승,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이곳에서 비리공덕 할아범과 비리공덕 할멈 즉, 저승(인수골)의 문지기 역할을 합니다. 탐사자들이 저승의 길을 지나려면 입에 엽전을 문 채 입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 마을 어귀를 빠져나와 장승들의 눈을 피하고 나서부터는 괜찮습니다. 돈이 죽은 자의 것이어야 하는 이유는 탐사자들이 저승이 아닌 이승으로 나가야하는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9) 알아채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8] 새벽에 등장하는 심해인의 모습을 보며 별안간 비명을 내지르는 이장의 모습은 러브 크래프트의 단편 <다곤>에 나오는 장면 중 하나를 오마주했습니다. 실제 원작에서는 심해인 대신 다곤이 등장하지만 본 시나리오에서는 무당이 다곤을 소환하는 주문을 다 외워야지만 다곤이 등장하기 때문에 심해인으로 대체했습니다. 뒷배경은 메타적으로 이러하지만 시나리오 내부에서는 다곤과 심해인에 대한 뼛속 깊은 두려움 때문에 심해인을 목격한 이장의 영혼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후 이장이 갑자기 탐사자들에게 달려드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입니다. 이는 본능적인 공포에 휩싸인, 이성이 없는 망령이 일으키는 광기의 발작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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